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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3 부르고스에서 방 구하기
    🌏또 다른 일상 2024. 9. 13. 08:51

    라 쓰고 개고생이라 읽는다.

     

    교환학생 생활의 첫 단계. 

    부르고스 대학교는 기숙사가 한달에 7~80 만원이라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부분 유럽 대학의 기숙사가 비싼듯) 

    그래서 쉐어하우스를 구하기로 했다. 스페인에서는 Piso 라고 부른다. 한 집에 각자 방이 있고 화장실과 거실 주방 등은 공용으로 쓰는 방식이다. 

     

    어플깔기

    한국에서 자취할 때 직방 어플을 보고 방을 구한 것 처럼, 스페인에서도 방을 구하는 어플이 있다. 

    Idealist 랑 Fotocasa 라는 어플이다. 직방과의 차이라면, 부동산중개가 없다. 바로 집주인에게 연락을 해서 직접 계약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개 수수료 없다는 점이 장점일수도?

    개인적으로는 idealist가 방에 대한 정보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어플에 나와있는 조건이 실제와는 다른 경우가 많아서 집주인한테 꼭 연락해서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 여자만 사는 지, 화장실은 몇개인지, 최소 몇개월 계약가능한지, 실내 금연인지 등)

     

    원래 목표는 나랑 친구랑 다른 한국인 언니 셋이 지낼 방을 구하는 것이었다. 

     

    아침 산책 패션

    Day1 - 스페인어는 참 빠르다

    맘에 드는 방을 발견하면 어플이나 메일로 집주인한테 연락을 보냈는데, 이게 답장이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안오거나 둘 중 하나다.  답답한건 못참는 한국인은 그냥 전화를 하기로 했다. 

    친구랑 스페인어로 할말 다 적어놓고 심호흡하고 전화를 걸었는데, 

     

    나- "Hola"

    집주인 - "Hola"

    나 - "Estoy buscando tres habitaciones"

    집주인 - " $*@#(&$(%&(!)_@*#!_*%&~*$)"

    나 - " ?!?!?!?!?!?!?!?!?"

     

    이 싸람들 말을 무슨 쇼미더머니 랩퍼처럼 한다. 아웃사이더 외톨이 급.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서 말해도 알아듣지를 못하니 절망적이었다... OTL

    그 와중에 NoNoNo 하는건 들리는걸 보니, 방이 없나보다 하고 그라시아스 하고 끊었다. 

    전화 끊고 친구랑 나랑 잠깐 벙쪄있었다. 여기 사람들 영어를 잘 못한다고는 했지만, 정말 아예 못한다. 사실 유럽 살면서 영어를 쓸 일이 없을테니 현지인들이 영어를 안쓰는게 이해는 가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엄청난 변수였다.

     

    그래도 방을 구해야하니 친구랑 용기를 내서 다시 다른 집에 전화를 걸었다. 내 갤럭시로 통화 녹음을 하고 통화 후 구글 번역으로 돌려서 번역하고 그랬다. 이렇게 몇번 하다보니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해도 대충 중요한 단어들이나 뉘앙스는 때려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에어비앤비 예약이 3일이라 이 기간안에 방 못구하면 또 지낼 곳을 구해야했기에 겁 없이 그냥 막 전화했던 것 같다. 

    운 좋게 다음날 방을 보러가게 되었다.

    Day2 - 발품발품!

    8월 15일은 우리나라만 공휴일인줄 알았는데 스페인도 공휴일이다. 한국은 광복절 스페인은 성모승천대축일. 스페인은 역시 내 운명이다. 

    부르고스 시내에 있던 동상이랑 같이. 나 저때 왜케 탔어.

    첫 번째 집

    구글지도 찍고 집 보러 갔다.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40분 정도 걸리는데, 만약 학교까지 거리를 계산하면 1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였다. 방은 정말 좋은데 거리가 너무 멀고 , 가장 중요한건 방이 1개밖에 없다고 했다. 어플에는 방 2개라면서 -3-

    친구랑 다시 40분 거리를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걸어 왔는데, 사람 할 짓이 아니다. 

    평소 걷는거에 자신있었지만 이 날은 좀 힘들었다. 

    '왜 버스 안타고 걸어다님?' 이라고 의문이 들 수 있다. 부르고스 시내에 당연히 시내 버스가 있다. 있는데, 구글 지도에 안나온다. 부르고스 버스 어플이 있어서 깔았는데, 내 위치가 어디고 출발지에서 도착지를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고 이런게 없다. 그냥 기능이 없다. (이 때는 2019년이었는데, 지금은 업데이트 되었는지 모르겠다) 부르고스 정보 자체가 인터넷에 많지 않던 시기라..

    그래서 결론은 버스를 어떻게 타야할지 몰라서 그냥 미련하게 걸어다녔다.

    그래도 도보의 장점은 그 지역을 구석구석 다 볼 수 있다는 점~

     

    두 번째 집

    오후에 방 한 곳을 더 보러 갔다.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집주인을 만났다. 영어를 할 줄 안다. 

    영어가 모국어처럼 느껴지긴 또 처음이네. 

    집 위치도 대성당이랑 가깝고 집상태 좋고 월세도 250유로로 완벽했고, 이전 세입자도 한국인들이어서 그런지 집주인이 한국인을 좋아하는 것 같았지만,, 1년 계약만 받는다고 했다. ㅠㅠ 우리는 6개월 계약을 해야했기에 눈물을 머금고 집을 나왔다.. 

    이때가 오후 8시가 넘었을 때라 친구랑 나는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내일까지 방 못구하면 머물 숙소를 다시 구해야하는데...그러면 돈은 돈대로, 체력은 체력대로 다 깨지는데...' 

    그 와중에 다른 방을 보러 가게 되었다. 평소 집이 주는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게 그 집은 너무 어두웠다. 조명이 다 노랗고, 밤이었는데 집에 들어서니 눈이 침침해졌다. 친구는 지금 뭘 가릴 때가 아니다 그냥 계약하자 했지만, 나는 반대했다. 친구에겐 좀 미안했지만 이것 보단 좋은 방을 구할 수 있을거라 생각을 했기에 단호하게 집에서 나왔다. 

     

    이 때부터는 친구랑 각자 방을 구하기로 했다. 2명이서 지낼 방도 없는데 3명은 택도 없었기 때문이다. 

    밤이 되어 주변은 온통 깜깜한데 나랑 친구는 숙소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온 집에 다 연락하며 방방방방방을 외쳤더랬지..하하

    다행히 몇 집주인들과 연락이 닿아서 다음날 집을 보러가기로 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몸은 지칠 때로 지쳤지만, 마음이 불편해서인지 잠은 편하게 못잤다.

    이렇게 집이 많은데 내가 지낼 방은 없다는게 ㅋ

    Day 3 - 계약성공

    친구랑 같이 서로의 방을 보러 다녀주면서 각자 방을 계약했다. 

    근데 방이 너무 비쌌다. 애초에 내가 정한 마지노선은 250유로였는데 결구엔 325유로까지 와버렸다.

    계약 조건 자체도 뭔가 맘에 안드는 내용이 있어 마음이 매우 아팠지만 더 이상 고생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계약하기로 했다. 그래도 방이 비싼 값을 해서 다행이었따. 

    위치 너무 좋고(학교 걸어서 30분, Mercadona 5분, 버스터미널 10분, 도서관 3분, 과일마켓 3분, 정육점 4분) 방과 화장실 상태가 매우 좋았다. 

    그날 잠들 때까지 월세가 너무 비싼거 아닌가 하며 속상해했는데, 뭐.. 방법이 없으니 나도 마음을 비우고 알뜰하게 살아보기로했다.  

    친구 집은 주방이 핫플이다. 너무 이뻤다.
    현관 입구/ 공용 거실 / 주방
    여자 화장실 / 내 방
    집 구조 ㅋㅋㅋ

    내 Piso 구조는 위에와 같다. 엘베 내리면 집이 두개가 있고 A호가 내가 지내는 집. 내 방은 방4이다. 

    총 4명이 사는 집이고, 나 포함 남2, 여2

    다 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것 같았고, 남자는 스페인, 베네수엘라 출신이었고, 여자는 프랑스 출신이었다. 

    남자들이야 스페인어 잘쓰는데 프랑스 룸메도 스페인어 겁나 유창하게 잘했다. 알고봤더니 여기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멋진 사람들이었다. 

    집 거실에서 보이는 풍경 아 그립다

    부르고스 방구하기 후기

    부르고스에서 방구하기 쉽지 않다. 난이도 절대 낮지 않다. 

    우선 정보가 너무 없다보니 나랑 친구랑 맨땅 헤딩으로 고생고생개고생을 했다.

    그리고 8월 중순에는 스페인도 휴가철이다 보니 집계약을 바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 장벽의 크기 역시 매우 크다. 영어로 말하고 듣는게 얼마나 편한지 새삼 느꼈다. 

    그래도 3일 동안 방 구하면서 스페인어 실력이 확 늘었다. 

    한국에서 3달 동안 설렁설렁 공부할 때 보다 3일 고생한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ㅋㅋㅋㅋ

    역시 사람은 위기를 경험해야 성장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집주인이 영어를 아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게 좋다. 

     

    한국에서 방구할 때도 발품 많이 팔라고 하는데 스페인에서도 다를게 없다.

    하루에 기본 15000보 이상 걷는다. 계약한 날은 이불도 사러가야해서 큰 마트까지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3만보 찍었다.

    친구랑 이불사고 돌아기는 길에 ~ 어두캄캄하고 고되지만, 방을 구해서 마음은 편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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