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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6 부르고스 에피소드 : 잃어버린 지갑 찾기🌏또 다른 일상 2024. 9. 27. 17:40
부르고스에서 생활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몇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지갑 분실 사건이다.
학기 중에는 집-학교-집 루틴을 반복하며 지냈다.
그 날도 어김없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부르고스 대학교 행정직원이란다.
약간 긴장한 상태로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니, 나보고 최근에 뭔가를 잃어버린적이 없냐는거다.ㅇ.ㅇ
잉... 그런거 없는데... 그래서 그냥 없다고 말했더니 계속 뭔가를 잃어버리지 않았냐는거다..
반드시 뭔가를 잃어버렸어야 하는것 같은 상황이었다.
내가 계속 당황해 있으니 직원이 말하길..
어떤 할머니가 길에서 지갑을 주워서 경찰서에 가져다 줌 > 경찰서에서 지갑 안에 있는 부르고스 대학교 학생증을 보고 학교 행정실에 연락을 줌 > 행정실에서 학생 조회해서 나인걸 확인하고 연락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쪽 어깨에 핸드폰을 끼고 가방안을 열심히 뒤져보니 역시나 있어야할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이틀전에 하교길에 장을 바리바리 사들고 오면서 지갑을 떨궜나보다.
참고로 잃어버린 내 지갑은 이탈리아로 가족여행 갔을 때 아빠가 피렌체에서 사준 버팔로 지갑이다.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 중 하나인 내 지갑 세상에 잃어버릴게 없어서 아빠가 사준 지갑을 잃어버리냐 한심한 인간아..ㅠ
행정직원은 경찰서에 말해둘테니 다음날 아침 8시 30분까지 경찰서에 가서 지갑을 수령하라고 했다.
잉? 경찰서는 24시간 아닌가? 아무때나 가서 받아도 되는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뭐 이 나라 시스템이 있는 듯 했다.
집에서 경찰서까지는 걸어서 36분 거리라 분명 알람을 7시30분에 맞춰두고 잤는데, 눈뜨니 8시였다.
그냥 옷만 걸치고 뛰쳐나와서 무작정 달리기를 조졌당..
인나자마자 몸도 안풀고 뛰었으니 당연히 숨은 빠르게 찼고 경찰관과의 약속 시간을 어겨본 경험이 없던 나는 슬슬 멘붕이 왔다.
그 와중에 눈 앞에 공유 킥보드가 보였다. 부르고스 중심에서는 킥보드를 본적이 없어서 이 지역은 킥보드 사업이 안들어왔나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니 킥보드가 많더라.
(한국에 공유킥보드 사업이 들어오기 전부터 스페인은 이미 공유 킥보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 )
아싸 나이스 외치며 킥보드를 씽씽타고 무사히 제 시간에 도착했다.
구글 이미지로 퍼옴. 이렇게 생김 건물 입구에 들어가 지갑 찾으러 왔다하니 남녀 경찰관 두분이 내 지갑을 손에 들고 나오셨다. 잃어버린지 몰랐지만 보고싶었던 나의 지갑 ㅠㅠㅠ
간단한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지갑을 돌려주시려는데, 경찰관분이 머뭇거리면서
'음.. 지갑은 찾았지만... 그 과정에서 돈(현금)이 사라진거 같다...' 라며 안타까운 얼굴을 하셨다.
헹.. 원래 지갑에 돈 없었는데유..?
라고 말하니 경찰관 두분이 좀 과하게 웃으시더라.. 뭐 왜.. 현금 없을 수도있지..
암튼 무사히 내 손으로 돌아온 지갑을 보며 룰루랄라 다시 킥보드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썰~
사실 스페인 교환학생 올 때 특정 지역의 소매치기 이슈가 너무 커서 그런지 물건 잃어버리면 절대 못찾는다 생각했었는데,
부르고스는 인심도 좋고 치안도 좋고.. 제 지갑 주워주신 할머니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아직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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